최근 전국의 출렁다리에서 추락사고가 끊이지 않으면서 안전 문제가 심각한 수준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광주 제석산 구름다리와 원주 소금산 출렁다리가 있다. 두 곳 모두 관광객 유치를 위해 조성된 명소지만, 반복되는 사고로 인해 ‘공포의 다리’로 불리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사고 예방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안전 조치 없이 미봉책에 그친다는 비판이 거세다. 출렁다리의 양적 증가보다 안전 관리 체계의 질적 향상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광주 제석산 구름다리, 또 추락사… 2017년 이후 6명 사망

지난 10일 오전 5시 42분경, 광주 남구 봉선동 제석산 구름다리에서 40대 남성 A씨가 37m 아래 도로로 추락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A씨는 혼자 다리를 찾았으며 2m 높이의 난간을 넘어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이곳에서 추락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1999년 설치된 제석산 구름다리는 2017년 이후 총 6명의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해에는 50대 남성이 난간에 앉아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는 등 위협적인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지자체는 사고 예방을 위해 기존 1.2m였던 난간을 2m로 높였지만, 여전히 사고가 계속되고 있다. 현재 남구청은 추가적인 안전시설 보강을 위한 설계 용역을 추진 중이며, 오는 6월까지 안전망 등을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출렁다리 본래의 조망 기능을 해치는 안전망 설치가 과연 실효성이 있는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나오고 있다.

원주 소금산 출렁다리도 사고 속출… 5명 이상 추락사

광주 제석산뿐만 아니라, 강원도 원주의 소금산 출렁다리 역시 반복적인 사고로 안전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관광 활성화를 위해 조성된 이곳에서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확인된 사고만 5건 이상 발생했다.
2022년에는 고등학생 A양이 스카이워크 인근에서 추락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은 유서 등을 토대로 극단적 선택 가능성을 제기했으며, 이후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한 사회적 지원 필요성이 논의되기도 했다.
또한 2021년 5월 18일에는 20대 남성 B씨가 전망대 절벽 아래로 떨어져 숨졌고, 같은 해 6월 8일에도 50대 남성이 전망대 아래에서 사망한 채 발견되었다.
출렁다리는 관광객들에게 스릴 넘치는 경험과 아름다운 풍경을 제공하기 위한 시설이지만, 사고가 끊이지 않으면서 관광 자원의 본래 목적을 잃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전국 238개 출렁다리… 안전 관리 사각지대 우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국내 출렁다리는 2019년 166개소에서 2021년 193개소로 증가했으며, 2023년 말 기준 238개소까지 늘어났다. 관광객 유치를 위한 출렁다리 건설이 활발해지고 있지만, 안전 관리에 대한 체계적인 대책은 미비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대부분의 출렁다리는 2000년 이후 건설돼 공용연수 20년 미만(94%)으로 비교적 신축된 상태지만, 전문가들은 향후 10~20년 내 급격한 노후화가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하고 있다. 특히, 출렁다리는 높은 위치에 설치되는 특성상 난간이나 안전망 등 2차적인 보호장치가 반드시 필요하지만, 일부 시설은 안전 시설이 미흡한 경우도 많다.
전문가들은 "출렁다리는 설치 이후에도 정기적인 안전 점검과 추가 보완 조치가 필수"라며, "지자체가 출렁다리를 단순한 관광 명소로만 여길 것이 아니라, 철저한 유지·보수 관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고 예방 위한 실효성 있는 안전 대책 시급
현재 지자체들은 사고 예방을 위해 난간을 높이거나 안전망을 설치하는 등의 조치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이러한 대책이 추락사고를 근본적으로 방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광주 제석산 구름다리의 경우, 이미 난간을 기존보다 높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또한, 원주 소금산 출렁다리 역시 추락사고가 잇따르고 있지만, 근본적인 안전 대책은 미흡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출렁다리 접근 제한 시간 설정, △CCTV 추가 설치 및 감시 시스템 강화, △안전요원 배치, △심리적 안전장치(예: 경고 표지판, 감시 장치) 등의 포괄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현재와 같은 단순한 시설 보강으로는 사고를 완전히 예방하기 어렵기 때문에, 보다 종합적이고 실효성 있는 안전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특히, 출렁다리를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는 지자체들은 시설을 새롭게 조성하는 것뿐만 아니라, 기존 다리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 및 안전성 확보가 중요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출렁다리가 관광 명소가 아닌 사고 명소로 인식되지 않도록, 정부와 지자체의 철저한 관리와 대책이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