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 고급 주거단지에서 발생한 폭발로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활동하던 친러시아 무장조직 창설자가 사망했다.
모스크바 폭발로 중상 입은 아르멘 사르키샨, 결국 숨져

러시아 국영 매체 TASS에 따르면, 친러 분리주의 무장조직 '아르바트 대대'를 창설한 아르멘 사르키샨(Armen Sarkisyan) 이 3일(현지 시각) 모스크바의 한 병원에서 사망했다. 그는 이날 오전, 모스크바 북서부의 고급 아파트 단지 ‘알리예 파루사(Aliye Parusa)’에서 발생한 폭발로 인해 중상을 입었으며,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숨을 거뒀다.
러시아 연방수사위원회는 사르키샨의 사망을 공식 확인하며, “의료진의 치료에도 불구하고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정보기관 "사르키샨은 '범죄 조직 두목'"

사르키샨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분리주의 세력과 밀접한 인물로, ‘아르바트 대대(Arbat Battalion)’를 창설해 전투에 참여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호를리우카(러시아어로 ‘고를로프카’) 출신으로, 해당 지역에서의 활동 때문에 ‘아르멘 고를로프스키(Armen Gorlovsky)’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우크라이나 국방정보국(GUR)은 그를 "악명 높은 범죄 조직의 두목”이라 지칭하며, 2022년 11월부터 러시아와 점령지 내 교도소를 감독하는 역할을 맡았다고 밝혔다.

'아르바트 대대', 바그너 그룹 견제 위해 창설

미국의 전쟁연구소(ISW)에 따르면, 아르바트 대대는 2022년 창설되었으며, 기존 바그너 그룹의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이 컸다. 당시 바그너 그룹을 이끌던 예브게니 프리고진(Yevgeny Prigozhin) 은 러시아 사령부와의 갈등 끝에 2023년 6월 반란을 일으켰고, 이후 같은 해 8월 의문의 비행기 추락 사고로 사망했다.
ISW는 2023년 10월 보고서를 통해, 아르바트 대대의 대부분이 바그너 그룹 출신으로 구성되었다고 분석했다.
사르키샨, 前 우크라이나 대통령 야누코비치와 연관

우크라이나 당국은 사르키샨이 2014년 우크라이나 친러 정권 퇴진 시위(유로마이단) 당시 강경 진압에 개입한 인물로 보고 있다. 그는 당시 친러 성향이었던 빅토르 야누코비치(Viktor Yanukovych) 전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가까운 사이였으며, 야누코비치가 시위로 축출된 후 러시아로 망명한 뒤에도 그와의 관계를 유지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러시아 정부 "수사 진행 중" 신중한 입장

사르키샨은 폭발 당시 고급 아파트 단지인 알리예 파루사를 나서던 중이었다고, 독립 러시아 매체 SOTA가 보도했다.
크렘린궁 대변인 드미트리 페스코프(Dmitry Peskov) 는 같은 날 진행된 정례 브리핑에서 해당 사건에 대한 질문을 받자, "특수기관이 조사 중이며, 현재로서는 확인된 정보가 없어 추가 논평을 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사르키샨의 사망을 둘러싼 배경이 복잡한 만큼, 이번 폭발 사건이 단순 사고인지, 혹은 정치적 암살인지에 대한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